교황님 강론 : “상실감 앞에서 연대 책임을 선택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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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의 주례로 거행된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제1저녁기도 강론에서 특별히 감염병의 전 세계적 확산의 시기에 형제애를 강화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보편적 개방”의 역사를 보존한 로마는 “감탄할 만한 도시”이지만 “피곤한 도시”이기도 하다면서 “모든 이가 로마에서 ‘일관된’ 아름다움을 발견하면서 감사한 마음이 일어나 놀라움을 금치 못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저녁기도 중 사은 찬미가도 바쳤다.

 

Isabella Piro / 번역 안주영

세상에서 “상실감”을 가중시킨 “감염병의 전 세계적 확산의 시기”, 힘들었던 2021년을 마무리하면서 우리는 감사를 드릴 수 있겠는가? 그렇다. 감사를 드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감사를 드려야만 한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제1저녁기도 강론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전례는 12월 31일 오후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됐으며 중앙 제대는 포인세티아(성탄 꽃)로 장식돼 붉게 물들어 있었다. 교황청 공보실은 교황이 추기경단의 수석 추기경인 조반니 바티스타 레(Giovanni Battista Re) 추기경의 주례로 이날 전례를 거행하길 원했다고 밝혔다. 교황은 전례에서 강론을 하고, 이후 중앙 제대 앞에 앉아 전례에 참례했다. 강론에서 교황은 동정 마리아처럼 우리 또한 감사할 수 있고 또한 감사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동정 마리아께서는 당신 아드님을 관상하시면서 하느님의 친밀함을 느끼셨습니다. 또한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저버리지 않으시고, 당신 친히 우리에게 오시며, 우리와 가까이 계시고, ‘우리와 함께 계신 하느님’이라는 것을 느끼셨습니다.”

“문제들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어려움과 염려도 끊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당신의 아드님을 보내시어’(갈라 4,4) 우리를 죄의 종살이에서 해방시키시고 하느님의 자녀라는 존엄을 회복시키셨습니다. 또한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외아드님께서는 많은 형제 중에서 맏아들이 되시어 길을 잃고 흩어진 우리 모두를 하느님 아버지의 집으로 인도하십니다.”

 

성탄은 소비주의가 아니라 그리스도 탄생의 신비입니다

놀라움을 체험하는 것이 성탄의 의미라고 강조한 교황은 성탄이 “피상적인 감정”에 국한되거나 “소비주의적 열광”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만약 성탄이 피상적인 감정이나 소비주의적 열광으로 축소된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곧, 내일은 어제와 같을 것이고 내년은 작년과 같을 것입니다. 이는 강렬하지만 이내 식어버리는 열정일 뿐입니다. 주님 성탄의 사건에 우리 존재를 모두 드리지도 않고, 그리스도 탄생의 신비를 중심으로 두지 못한다는 의미인 것이지요.”

 

동정 마리아의 본보기

교황은 우리에게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낭만주의나 극단적인 감상주의, 또는 유심론의 그림자가 없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며, 이러한 마음으로 “첫 증인이요 가장 겸손하셨기에 가장 위대한 이가 되신” 마리아처럼 돼야 한다고 초대했다.

“성모님은 우리를 성탄의 현실로, 성탄의 진리로 이끌어 줍니다. 이 의미는 바오로 사도의 ‘여인에게서 태어나(nato da donna)’(갈라 4,4)라는 세 단어 안에 담겨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놀라움은 특수 효과나 환상의 세계가 아니라 일상의 신비에서 나옵니다. 현실보다 더 경이롭고 감탄할 만한 것은 없습니다! 예를 들자면, 꽃 한송이, 대지의 한 줌의 흙, 인생 이야기, 만남 등이겠지요. 노인의 주름진 얼굴과 갓 태어난 아기의 표정도 있겠네요. 아이를 품에 안고 젖을 먹이는 엄마도 그렇지요. 신비는 이 모든 것을 통해 드러납니다.”

 

감염병의 전 세계적 확산의 시기엔 연대 책임이 필요합니다

감사로 가득 찬 성모 마리아의 놀라움은 감염병의 전 세계적 확산이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세상을 인도할 수 있는 태도라고 교황은 강조했다. 아울러 감염병의 전 세계적 확산이 “책임감”을 갖고 대응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진실로 ‘하느님께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고 또한 그렇게 말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연대 책임의 선택은 세상에서 오는 게 아니라 하느님께로부터, 참으로 예수 그리스도께로부터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역사 안에 당신 본래 소명의 ‘길’을 결정적으로 새겨 주셨습니다. 곧, 우리 모두 한 분이신 아버지의 자녀인 형제자매가 되는 것입니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환대하는 로마

로마의 주교인 교황은 “마음에 새겨진” 영원한 도시 로마가 “순교자의 피”에 뿌리를 둔 “역사, 문화, 복음에서” 비롯된 “보편적 개방을 보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단지 말로만 “환대하고 형제적인” 로마가 아니라, 가정, 장애인, 대중교통 이용자, 변방에 사는 이, 사회봉사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매일 관심을 기울이면서 행동하는 도시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된 저녁기도에는 로베르토 괄티에리 로마 시장도 참례하고 있었다. 교황은 로마가 자녀, 주민, 손님을 비롯해 모든 이를 살피는 도시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마는 감탄할 만한 도시입니다. 매력이 멈추질 않지요. 하지만 로마에 사는 사람에게는 피곤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시민과 손님들을 항상 존경하지는 않고 때론 버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도시입니다. 그러기에 모두에게 바라는 것이 있습니다. 로마에 살거나 직업, 순례, 관광 때문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 모두가 환대, 생명의 존엄, 공동의 집(지구), 가장 취약하고 나약한 이들의 돌봄을 위해 로마를 항상 더욱더 소중히 여기길 바랍니다. 아울러 모든 이가 로마에서 ‘일관된’ 아름다움을 발견하면서 감사한 마음이 일어나 놀라움을 금치 못하길 바랍니다. 이것이 저의 올해의 염원입니다.”

 

희망으로의 초대

교황은 강론을 마치면서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 희망으로 초대했다. 이 희망은 예수님을 따르고 그분을 신뢰하는 데서 비롯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예수님께서는 “시간을 충만하게 하시고, 노동과 일상, 고통스러운 순간과 행복한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신다”고 강조했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제1저녁기도는 성체 현시, 2021년을 보내며 바치는 사은 찬미가, 성체 강복으로 이어졌다. 끝으로 성탄 성가 “어서 가 경배하세(Adeste fideles)”를 부르며 저녁기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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