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주님의 빛 속에 걸어가자!

66

본문

- 펜데믹 시대의 복음화

이사 2,1-5; 로마 10,9-18; 마태 28,16-20
2021.10.24.; 전교 주일; 이기우 신부

1. 오늘은 전교 주일이며, 이 미사는 민족의 복음화를 위하여 봉헌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재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이 위기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은 우리가 위기상황을 속수무책으로 흘려보내고 있다는 비극”이라는 호소를 기회가 될 때마다 강조한 바 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는 뜻입니다. 당연히 이 위기는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한 봉쇄 위기이며, 기회란 복음화의 기회입니다. 

 

2. 보건 위기를 복음화의 기회로 바꾸려면 우리에게 익숙해진 발상을 참신하게 전환해야 합니다. 우선, 성당에서 거행되던 미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전례 위주의 신앙생활로부터 일상에서 가정과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실천적인 신앙생활로 관심을 돌려야 합니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자기 자신과 가족만을 위해 기도하며 미사를 바치던 자기중심적 신앙생활에서 보건에 취약한 계층과 북녘 동포들까지 포함한 이웃 사랑을 중심으로 하는 이타적 신앙생활로 옮겨가야 합니다. 이는 사제들을 중심으로 하는 직무 사제직에서 평신도들이 능동적으로 실천하는 보편 사제직에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일입니다. 직무 사제직은 보편 사제직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생겨난 것입니다. 

 

3.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는 성당에서 봉헌되는 주일 미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전례 생활에 있어서도 첫째, 주일에 성당에서 미사에 참례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되고 있는 이상에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간에 봉헌되는 평일 미사에 참례함으로써 성당에 모이는 인원을 분산시키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로써 주일 미사 참례 의무를 대체할 수는 없어도 주일과 평일 모두 미사를 걸르는 것보다는 평일 미사라도 참례하는 것이 더 유익한 일임을 상기하여 권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평일에도 미사에 참례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방송 미사와 방송 강론을 적극적으로 듣고, 가족들이 가정 기도를 바치며 특히 아이들에게 부모들이 교리를 가르치는 가정 교리를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셋째, 미사나 기도로 그치지 말고 가족 단위로 이웃 사랑을 실천하도록 독려해야 합니다. 펜데믹 위기 이전에도 주일 미사에 참례하지 않는 냉담자 수는 영세자의 80%가 넘었었는데 어차피 이들는 성당에서 만날 수 없는 이상 가까이 이웃에 사는 이 냉담자들을 찾아서 함께 이웃 사랑을 실천한다면, 애덕 실천과 냉담 해소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들이 냉담해 온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지만 적어도 신앙을 버리겠다고 냉담하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4. 사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회가 제기하는 물음에 교회는 응답해야”(복음의 기쁨, 182항 이하) 한다고 촉구해 오고 있습니다. 이 시대에 코로나 사태만큼 뚜렷한 시대의 징표는 없는 만큼, 우리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시대의 징표를 식별해서 사회가 무슨 역할을 필요로 하고 있는지와 우리 자신의 존재 이유를 성찰해야 할 때입니다. 그 응답은 분명하니, 세상이 겪고 있는 보건 위기에 대해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울타리를 벗어나서 야전 병원처럼 세상에 나가서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심지어 정신적으로 상처 입은 사람들을 도움으로써 고통을 함께 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부여된 응답이자 복음화의 기회로서 주어진 행동의 사명입니다. 

 

5. 세상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의 고통 때문에만 힘든 것이 아니라, 고립되고 버림받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때문에도 힘듭니다. 바이러스도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공포감도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코로나로 인한 보건 위기 상황에서 질병과 죽음은 사회적 약자들을 먼저 쓰러지게 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쓰러져 죽어도 코로나 감염 위험 때문에 문상을 받지도 못해서 더욱 쓸쓸하고 조용히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코로나 백신을 접종받듯이, 방역수칙을 지키는 가운데 관심과 도움이라는 백신을 접종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사랑의 면역력을 길러주는 예방 활동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상처 입은 사람들이 받은 정신적 충격을 해소해 주는 회복력을 줄 수 있습니다. 

 

6.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학교 수업이 축소되고 원격 온 라인 수업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주일학교까지 비대면 교리 수업을 하기가 어려워서 그냥 쉬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원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 대해서는 가정에서 실시하는 신앙 교육이 기본이고 본당의 주일학교는 이를 보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 학원을 보내듯이 주일학교에 내맡기는 부모들 탓에 학년이 올라갈수록 주일학교 참석율이 떨어지는 등 어린이와 청소년의 신앙교육이 부실해져 왔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참에 가정의 일상에서 부모에 의한 신앙 교육이 대면으로 이루어지는 정상화가 필요합니다. 

 

7. 신자들이 가정에서 직접 실천해야 할 전례생활에 대해 더 보충하겠습니다. 감염병 시대의 전례는 달라지고 있지만, 현재 겪고 있는 이 보건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닌 또 다른 바이러스도 발생할 수 있는 작금의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종교활동 등으로 방역지침을 잘 준수했기 때문에 우리 교회에서는 현재까지 집단 감염이 일어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전례와 신앙 활동에 적극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즉, 이제는 주일에 성당에서 거행되는 미사에 참례하는 것이 신앙생활의 대부분이었던 종래의 관행을 벗어나서, 가족 끼리나 가까운 이웃이 모여 함께 성경 말씀을 읽으며 식사의 친교를 나누는 등 사제직 개념이 확장된 형태, 즉 보편 사제직의 실천을 강조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과거 박해시대의 교우촌에서는 지금 이 위기보다 더한 위기를 백 년이나 겪으며 공소 단위로 신앙 생활을 해 나갔던 역사적 전통을 되살려야 합니다. 교우촌은 우리 신앙의 뿌리요 맥입니다. 

 

8. 성무일도를 통한 시간 전례도 강조될 필요가 있습니다. 구약시대에 왕국 분열과 바빌론 유배, 이민족의 침입과 식민 통치 등 갖가지 시련을 겪으면서도 하느님의 가난한 이들이라고 불리었던 아나빔들은 하느님께 탄원하고 찬양하거나 감사드리고 용서를 청하는 속죄기도를 잊지 않았었습니다. 이 기도의 전통이 무려 천 년이 넘습니다. 그렇게 하여 바쳐졌던 기도들이 모여 150편의 시가 되었고, 신약시대와 교회시대에 들어서서는 이 시편 기도를 중심으로 일상의 시간들을 성화시킬 수 있도록 성무일도가 편찬되었습니다. 이 성무일도를 성직자, 수도자들이 매일 의무적으로 바치고 있는데, 대다수 평신도들은 이 성무일도를 모른 채 묵주기도만 바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평신도들에게도 이 성무일도를 바치도록 권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등 모든 하느님 백성이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나 미사 중단 및 제한 등 그 어떠한 사태가 발생해도, 하느님께 대한 신앙 감각을 잃지 않음은 물론 서로 공유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박해시대에 우리 신앙 선조들이 치명을 불사하면서 신앙을 유지하고 계승시킬 수 있었던 비결을 우리가 지금 배우자는 것입니다. 성무일도는 평신도의 보편 사제직을 위해서 더욱 필요한 기도입니다. 

 

9. 이 보건 위기가 찾아오기 전에도 공식 통계에서 주일 미사 참례자 수는 영세자의 20%로 떨어져 있었고, 보건 위기가 찾아와서 미사 참례 인원을 제한하거나 심지어 일시적으로 중단하게 되었을 때, 그 20%의 숫자마저도 반토막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발상의 전환을 우리가 할 수 있다면, 주일에 성당을 찾지 않던 냉담자들도 지역에서는 신자들이 손쉽게 찾아가 만날 수 있습니다. 보건위기 상황에서도 하느님은 여전히 존재하고 계시고, 당신의 역할을 신자들의 마음속에서 한결같이 수행하고 계심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며, 더욱이 일시적으로 주일미사 참례를 쉬고 있던 교우들의 마음속에도 어김없이 하느님께서는 함께 하고 계실 것이며, 그런 하느님의 현존을 잊지 않고 있을 냉담 교우들은 누군가 자신들을 찾아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10. 민족 복음화의 지향으로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가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보건 위기로 한층 더 어려워진 북녘 동포들의 형편입니다. 우리는 지금 보건 위기 와중에서도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희년을 지내고 있는데,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노래에 보면 5절 가사의 끝 후렴이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거룩한 주의 나라 이 땅에 펴주소서”. 휴전협정이 체결된지 70년이 다 되어가도록 정전선언과 평화협정조차 체결하지 못하고 있는 이 정치적 굴레 속에서, 더군다나 보건 위기가 남북한 모든 겨레를 힘겹게 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이 김대건 신부의 염원은 더 절박하게 다가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백신 접종이 필요한 것은 우리만이 아니므로 북녘 동포들에게도 백신 나눔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국경 폐쇄로 더욱 어려워진 북녘 동포들의 삶이 나아지도록 폭넓은 나눔을 실시해야 합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한 보건 위기도, 심지어 겨레의 만남을 시기하고 방해하는 그 어떠한 세력도, 거룩한 주의 나라를 갈라진 이 땅 한반도에 펴시려는 하느님의 뜻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11. 이것이 우리가 이 위기 속에서 주님의 빛을 받으며 걸어가야 할 길입니다. 남녘에서나 북녘에서나 고통 받는 이들을 일으켜 세우고, 냉담하던 이들을 불러 함께 주님의 빛을 받으며 걸어가는 것, 이것이 오늘 전교주일에 들려오는 하느님의 메시지입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