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영은 생명을 준다. 그러나 육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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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여호 24,1-18; 에페 5,21-32; 요한 6,60-69
2021.8.22.; 연중 제21주일; 이기우 신부

⒈ 영은 생명을 줍니다. 그러나 육은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인간 이성이 도달하지 못하는 한계를 넘어서서 하느님의 진리를 계시해 주셨습니다. 그 진리는 인생의 기준이며 세상의 중심입니다. 역사와 문명을 식별하는 데 있어서도 판단 기준이며 심판의 잣대입니다. 이 진리를 믿는 것이 그리스도 신앙입니다. 죄를 씻는 물로 세례도 받고 사랑의 시련으로 불의 세례도 받는 이유는 우리의 육이 흔들리지 않도록 이 진리에 붙들어 매기 위함입니다. 죄를 지으면 고해성사도 받고 다시 성체를 영함으로써 성체성사를 받는 이유도 역시 마찬가지로 매사에 나약한 우리네 육이 영으로부터 기운을 얻기 위함입니다.

 

⒉ 여호수아는 모세의 시종으로서(탈출 24,13) 이집트 탈출 작전 때나 시나이 광야 시절에 모세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이스라엘 백성을 이끄는 모든 과정을 지켜보면서 지도력을 키웠습니다. 그리고 가나안 땅에 입성하기 전에 모세가 세상을 떠나자, 모세의 자리를 이어받아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땅으로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었습니다. 모세가 이집트 파라오의 권세와 군대와 맞서 싸워야 했다면, 여호수아는 가나안 땅 원주민의 왕들의 군대와 맞서 싸워야 했습니다.  

 

⒊ 이 과정에서 모세도, 여호수아도 한결같은 신앙으로 하느님의 뜻에 충실하고자 무진 애를 썼습니다. 그런데 모세도 여호수아도 똑같이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하느님께서 약속을 지키지 않으셔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그것도 자기 백성들이 한결같지 못하고 흔들리고 반항하였기 때문입니다. 싸워야 했던 상대가 적의 군대만이 아니었던 것이고, 더 힘든 상대가 자기 백성의 불평과 불만이요 불신과 의심이었습니다. 

 

⒋ 그래서 가나안 입성 전에 하느님께서 일러주신 대로 열두 지파에게 분배할 땅의 경계를 미리 알려준 다음, 그 분배 계획대로 각 지파들이 땅을 차지할 수 있도록 여호수아는 남은 일생동안 함께 적들을 물리쳐서 원래의 계획대로 땅을 분배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모든 지파들의 땅에서 모이기 쉬운 길목인 스켐에 죄다 불러서 모아놓고 신앙을 다짐받았습니다. 

 

⒌ 혼배 성사는 혼인하려는 두 남녀 젊은이를 한 몸으로 묶어주는 은총입니다. 혼인할 때의 마음가짐이 아무리 굳건하다고 할지라도 부부가 되어 한평생을 사는 동안 갈등과 유혹이 없을 수 없고, 시련과 역경이 없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에 빗대어 남편과 아내의 관계에 대해 훈계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몸을 바쳐서 제자들을 사랑하신 그 마음으로 남편이 아내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고, 제자들이 모인 교회가 순교를 각오하면서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하듯이 그 마음으로 아내가 남편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한결같은 사랑의 마음을 다져주는 은총이 성체성사입니다. 그래서 두 성사의 지향이 다 같이 일치입니다.

 

⒍ 영은 생명을 주지만 육은 아무 쓸모가 없다고 하시던 예수님의 말씀은 모든 사람에게 예외없이 해당되는 진리입니다. 그 누구도, 세례 때에 하느님께 바친 다짐, 혼배 때에 서로에게 약속한 그 다짐을 자기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만 한결같이 지켜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거듭거듭 매년 세례를 갱신하고 매 미사 때마다 성체를 영하면서 힘과 기운을 충전하여 생명을 주는 하느님의 영을 찾는 것입니다. 

 

⒎ 첫째 문제와 과제는 생명을 주시는 영의 진리에 대한 깨달음입니다. 예수님이 바로 그런 존재이심을 알아보는 믿음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문제와 과제는 우리가 지닌 인간 본성을 뜻하는 육이 실제로 나약하고 한결같지 못하다는, 그래서 그 자체로는 아무 쓸모가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겸손입니다. 예수님의 신성에 대한 믿음과 인간의 실존적 한계에 대한 깨달음, 이 진리가 오늘 미사에서 들려오는 말씀의 핵심입니다. 

 

⒏ 여호수아 앞에서 철썩같이 하느님께 충실하겠다고 다짐했던 이스라엘 백성도 그 후 우상숭배에 휘둘려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고, 혼배 성사로 맺어진 많은 부부들도 세상에서 부딪치는 시련만이 아니라 서로 간에 숱한 위기를 겪기 마련입니다. 세례 성사로 신앙을 고백한 신자들도 흔들리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에 널려있는 우상숭배적 환경이 유혹을 하기도 하지만 정작 문제는 우리의 힘과 노력만으로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자만하기 때문입니다. 거듭 상기시켜 드리고자 하는 말씀은, 영은 생명을 주지만 육은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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