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성모 승천에 생각하는 성모 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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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묵시 11,19-12,10; 1코린 15,20-27; 루카 1,39-56
2021.8.15.; 성모 승천 대축일; 이기우 신부

⒈ 오늘은 성모 승천 대축일입니다. 성모 승천은 “성모 마리아의 몸과 영혼이 하늘의 영광에 부르심을 받았다”(가톨릭교회교리서, 966항)는 뜻입니다. 1950년 11월 1일 교황 비오 12세가 회칙 ‘지극히 관대하신 하느님’(Munificentissimus Deus)에서 반포하였습니다. 마리아의 몸이 하늘의 영광에 부르심을 받았다 함은 그분의 지상적 삶이 온전히 천상적 품위로 인정을 받으셨음을 말합니다. 그리고 그분의 영혼이 하늘의 영광에 부르심을 받았다함은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믿는 이들도 마리아의 지상적 삶을 모범으로 삼아서 살아갈 수 있도록 예수님의 은총을 전구해 주는 특별한 영적 지위에 오르셨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중재자이시지만, 마리아는 예수님과 신자들 사이를 전구해 주시는 중재자가 되십니다. 

 

⒉ 성모 마리아의 지상적 삶은 그분이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시리라는 전갈을 받은 직후에 엘리사벳을 방문한 자리에서 고백한 성모 찬송에 잘 나와 있습니다. 엘리사벳으로부터 축하의 인사를 받으시자 마자 기쁜 마음으로 찬송한 이 노래는 이미 아버지 요아킴과 어머니 안나로부터 어려서부터 전해 들은 익숙한 내용이었고, 그 부모 역시 조상들로부터 대대로 깊은 신심으로 기다리며 암송하여 기도하던 바였습니다. 그들 모두가 메시아를 기다리던 아나빔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리아는 드디어 그 메시아께서 오시게 되었고, 더군다나 자신을 통해서 오시게 되었음을 알고 기뻐하였습니다. 자신뿐만 아니라 메시아를 기다려온 모든 아나빔들이 다 함께 기뻐할 것이고 메시아의 어머니가 될 자신을 축복받았다고 축하해 줄 것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메시아의 오심은 아나빔들과 모든 이스라엘 백성은 물론 전 인류에게 구원의 기쁜 소식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⒊ 머지않은 미래에 성취될 구원의 확신으로 마리아는 이제 오실 메시아께서 이룩하실 구원 사건을 이미 이루어진 일처럼 찬송하였습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시고,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셨습니다.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시어,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셨습니다”(루카 1,51-53). 

 

⒋ 성모 찬송의 이 본론은, 메시아께서 이룩하실 구원이 모든 사람을 위한 보편적인 은총이지만, 그렇기 위해서 특별히 그분이 개입하셔서 이룩하실 세 가지 일을 예언한 것입니다. 첫째는 종교적인 메시지입니다. 창조주이시오 심판주이신 하느님을 섬기지 않고 헛된 우상을 섬기는 교만한 자들에 대해서는 하느님께서 몸소 내치실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종교나 하느님을 믿는 이들의 역할이 아니라 하느님의 역할에 관해 알려주는 예언입니다. 사실 우리로서는 하느님께서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계시는 이른바 최고선의 가치들, 증 자유와 평등, 정의와 평화에 있어서 최고선에 맞갖은 노력을 기울이며 이 가치들을 가로막는 사회악과 맞서면서 다른 종파들이나 다른 교파들과는 협력하고 연대할 수 있을 뿐입니다. 심지어 하느님을 믿지 않는 이들에 대해서도 우리가 직접 하느님을 믿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저 하느님을 믿는 증거를 실천하려 노력할 수 있을 따름입니다. 

 

⒌ 둘째는 정치적인 메시지입니다. 자유와 정의라는 가치에 해당되는 이 일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서 자유롭고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서 우리가 노력해야 할 역할을 말합니다. 예수님께서 모범을 보여 주셨듯이 자유와 정의라는 진리를 위한 십자가를 우리가 짊어질 수 있도록 성모 마리아께서 전구해 주십니다. 셋째는 경제적인 메시지입니다. 평등과 평화라는 가치에 해당되는 이 일 역시 하느님의 뜻에 따라서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서 우리가 노력해야 할 역할을 말합니다.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 양극화가 벌어져가고 있기 때문에 평등의 가치는 점점 더 귀해지고 있으며, 이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하면 국제 평화도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평등과 평화라는 진리를 위한 십자가를 짊어지도록 성모 마리아께서 전구해 주고 계십니다. 이 십자가가 우리를 천국으로 올라가도록 이끌어주는 사다리입니다. 그렇게 해서 자유와 정의, 평등과 평화를 위한 십자가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에 천국으로 변화되어 가는 것입니다. 

 

⒍ 우리 교회는 박해시절에도 다른 나라 교회들에서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운 성모 신심을 간직하며 신앙생활을 해 왔습니다. 치명의 순간에도 천주교 신자들은 “예수, 마리아, 요셉!‘을 부르며 숨져갈 만큼 성모 신심이 열렬했습니다. 성모 마리아께서 지상 생활에서 예수님을 따르시며 보여주신 믿음과 순명의 덕을 본받아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데에 평소의 노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덕행이었습니다. 교만한 자들을 흩으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시며, 굷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는 하느님께서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기를 성모 마리아와 함께 찬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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