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하느님께 바치는 향기로운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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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1열왕 19,4-8; 에페 4,30-5,2; 요한 6,41-51  
2021.8.8.; 연중 제19주일; 이기우 신부

1. 우리가 마시는 한 모금의 물에도 대자연의 이치가 담겨 있고, 우리가 숨쉬는 한 줄기 바람에도 우주의 매카니즘이 작동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오늘 들은 성경 한 말씀 역시 한처음에서 마지막까지 다스리시는 하느님의 진리가 반영되어 있고, 우리가 영하는 성체 한 조각에도 예수님의 생명이 들어 있습니다. 

 

2. 엘리야는 450명이나 되는 바알신의 예언자들과 치열한 대결을 하느라 진이 다 빠져버린데다가 그에게 복수하려는 이제벨 왕비가 보낸 군사들에게 쫓기는 처지에서 기진맥진한 상태로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주님, 이것으로 충분하니 저의 목숨을 거두어 주십시오”(1열왕 19,4). 그 기도에 대한 주님의 응답은 이러했습니다: “일어나 먹어라. 갈 길이 멀다”(1열왕 19,7). 천사가 마련해 준 그 음식으로 힘을 얻은 그는 밤낮으로 사십 일을 걸어서 하느님의 산 호렙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그 호렙산에서 미풍 속의 주님을 만나지요. 육신의 힘도 다 빠지고 정신도 혼미한 채였던 엘리야에게 천사를 시켜 마련해 준 음식은 비단 육신의 기력만을 채워주어서 일어날 수 있게 해 준 것만이 아니라 하느님의 산에 다다를 수 있을 정도로 영혼의 기운도 채워주었던 것입니다.

 

3. 예수님의 지향은 영육을 모두 포함한 온전한 기운을 주시려고 하셨었지만 유다인 군중은 육신의 배고픔을 채우려는 욕망에로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즉, 며칠 동안 예수님의 가르침을 듣던 군중이 허기진 상태에 놓이자 빵의 기적을 일으켜 그들을 배불리 먹이신 예수님께 그 군중은 억지로라도 임금으로 모시겠다고 달려들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피해 산으로 가셨습니다. 그 사이에 배를 타고 갈릴래아 호수 한복판으로 간 제자들이 거센 풍랑을 만나서  위험해지는 바람에 다시 물 위를 걸어서 급히 제자들을 구해주신 예수님께 군중은 다시 몰려들었습니다. 그동안 며칠에 걸쳐서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들려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육신을 배불리는 빵의 기적에 혹한 군중이 여전히 그 기적의 의미도 알아듣지 못하고 자신들의 세속적인 기대를 당신에게 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예수님께서는 작정하신 듯이 결정적인 계시의 가르침을 펼치셨습니다. 이는 하느님 나라에 관한 복음 가르침에 있어서나 빵의 기적에 있어서 공통적인 결론이기도 했습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빵이다”(요한 6,41.48.51). 

 

4. 구약 시대의 예언자 엘리야가 좋은 예표를 보여 주었듯이, 하느님께서 인간을 먹이시는 음식은 생명의 기력을 주는 것으로서, 영적인 기운 그 자체입니다. 빵의 기적을 배경으로 해서 제자들에게 남겨주신 성체성사도 당신의 믿는 이들에게 하느님께서 내려주시는 영적인 기운을 전해주시려는 배려였습니다. 우리가 어떠한 처지에 있든지 예수님께서 이룩한 거룩한 변화를 본받아서 몸도 마음도 영혼까지 거룩한 기운을 받게 하시려는 배려가 성체성사인 것을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알아들었습니다. “모든 원한과 격분과 분노와 폭언과 중상을 온갖 악의와 함께 내버리십시오.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에페 4,31-32). 그러니까 우리에게 생명의 기운을 줄 수 있는 거룩한 변화의 첫 단계는 죄스러울 수 있는 모든 행위와 마음을 깨끗하게 만들라는 것입니다. 영적인 인간 안보 조치입니다. 

 

5. 거룩한 변화의 두 번째 단계는 이러했습니다: “사랑받는 자녀답게 하느님을 본받는 사람이 되십시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또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향기로운 예물과 제물로 내놓으신 것처럼, 여러분도 사랑 안에서 살아가십시오”(에페 5,1-2). 거룩한 변화를 위한 이 두 단계 노력은 우리의 믿음으로 이룩해야 할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노력보다 더 앞서야 할 것은 우리의 믿음과 노력에 영향을 미치는 종교적인 환경에 머무는 일입니다. 매일의 기도와 영적 독서와 미사 참례를 포함하는 이러한 종교적 환경이 우리로 하여금 주님께서 보내시는 거룩한 기운을 맛보게 해 줄 것입니다. 

 

6. 무상으로 먼저 주어지고 있는 주님의 은총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 미사의 화답송을 듣습니다: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너희는 맛보고 깨달아라. 주님을 바라보아라. 기쁨이 넘치고, 너희 얼굴에는 부끄러움이 없으리라. 행복하여라, 그분께 몸을 숨기는 사람!”(시편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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