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진리의 의로움과 거룩함으로 창조된 새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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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탈출 16,2-15; 에페 4,17-23; 요한 6,24-35
2021.8.1.; 연중 제18주일; 이기우 신부

⒈ 이스라엘 백성은 시나이 광야에서 살았던 40년 동안 만나를 먹고 살았습니다. 하늘에서 내리던 이 양식은 하느님께서 그들을 먹여 살리시러 주시는 선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만나에도 안식일 규정은 살아 있었습니다. 즉 안식일 전날에는 이틀 치의 만나가 내렸으므로 안식일 당일에는 만나를 줍는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평일에 하루치 이상의 만나를 주워서 쌓아 놓고 있으면 잉여의 분량은 더 썩어버렸습니다. 만나가 주는 하늘의 교훈이 이렇습니다. ‘사람을 위한 경제’, 그리고 ‘생명을 먹여 살리시는 하느님’. 

 

⒉ 그런데 이렇게 하느님께서 하늘에서 만나를 내려주어서 이스라엘 백성을 먹여 살리시게 된 데에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 벌어져 있었습니다. 광야에서 백성이 굶어죽게 되었다는 불안감 때문에 대놓고 모세와 아론에게 불평하며 이집트 탈출 자체를 후회하는 발언이 터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는 하느님께 제발 이집트 종살이를 벗어나게 해 달라고 빌던 종전의 자세와도 배치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하느님께서 보여주신 열 번의 재앙과 홍해를 마른 발로 건너게 해 주신 하느님의 기적마저도 부인해 버리는 배은망덕한 소치였습니다. 그래서 만나가 주는 또 다른 교훈이 가능합니다. ‘감사할 줄 모르는 이스라엘’, ‘노예근성을 버리지 못하는 이스라엘’. 

 

⒊ 이 사건이 벌어진 후 천 년이 넘게 흐른 뒤에 예수님께서 이스라엘에 오셨지만 이스라엘의 근성은 달라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몹시 허기진 군중을 빵의 기적으로 배불리 먹여주신 예수님께 감사하고 그분의 말씀에 따르려는 마음보다는 그저 굶주림을 해결할 수 있는 해결사로만 그분을 대하고 있었습니다. 만나의 교훈은 전혀 소용이 없었던 것입니다. 오히려 그 옛날 시나이 광야에서 굶주릴 뻔한 이스라엘 백성을 먹여 살린 모세를 들먹이면서 그분의 능력을 시험하려 들었습니다. 그래서 듣다 못하여 예수님께서 타이르셨습니다. “하늘에서 너희에게 빵을 내려준 이는 모세가 아니라 하느님이셨다. 하느님께서는 생명을 주는 빵을 하늘에서 내려주신다. 그리고 내가 바로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빵이다. 이를 믿어라”. 

 

⒋ 이렇게 하여 만나의 교훈은 성체의 교훈으로 승화되었습니다. 오늘날 성체성사에서 우리가 받아 모시는 성체와 성혈은 예수님의 살과 피이며, 하늘에서 우리를 먹여 살리시려고 하느님께서 내려주시는 생명의 양식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 살아있는 계시 진리를 자기 나름대로 풀어서 아르테미스 여신을 섬기는 우상숭배 사상에 빠져있던 에페소 교우들에게 설파하였습니다. 

 

⒌ “나는 주님 안에서 분명하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더 이상 헛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다른 민족들처럼 살아가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그렇게 배우지 않았습니다”. 이 말은 당시 에페소가 동방의 로마라는 별명처럼 로마보다 더 화려하고 번창하던 상황에서 우상 숭배에 물들어 흥청망청 대면서 헛된 출세의 꿈을 위해 하루하루를 헛되이 쓰면서 살아가던 주변 에페소 시민들을 염두에 두고 한 경고입니다. 

 

⒍ “여러분은 예수님 안에 있는 진리대로, 그분에 관하여 듣고 또 가르침을 받았을 줄 압니다. 곧 지난 날의 생활 방식에 젖어 사람을 속이는 욕망으로 멸망해 가는 옛 인간을 벗어버리고, 여러분의 영과 마음이 새로워져, 진리의 의로움과 거룩함 속에서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새 인간을 입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에페소 교우들에게 사도 바오로 자신이 알아들은 바대로 예수님의 가르침을 전해 주었음을 상기시켜 주는 것입니다. 그 옛날 시나이 광야에서 반항하던 이스라엘 백성의 생활 방식과 다른, 또 로마 제국의 우상숭배에 물들어 흥청망청 대는 에페소 시민들의 생활 방식과도 다른, 예수님의 생활 방식을 전해 주었을 사도 바오로가 학생을 훈계하는 교사의 심정으로 에페소 교우들을 훈계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제 다시 그 가르침의 새로운 뜻을 밝힘으로써 에페소 교우들의 영과 마음이 새로워지기를, 그래서 진리의 의로움과 거룩함 속에서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새 인간으로 거듭 태어나기를 촉구하는 말입니다. 

 

⒎ 코로나 19 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새로운 냉담현상도 자연스럽게 굳어져 가고 있습니다. “사람이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는 이치를 가톨릭 신앙인들이 새롭게 상기해야 할 때입니다. 하늘의 양식은 매일 가정에서 가족들이 함께 바치는 기도를 통해서도 내립니다. 진리의 의로움과 거룩함으로 창조된 새 인간으로 사는 길은 멀리 있지도 않고 불가능하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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