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찾아오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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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2열왕 4,42-44; 에페 4,1-6; 요한 6,1-15
연중 제17주일; 이기우 신부

⒈ 짧은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년 중 가장 더운 이 무렵의 날씨에다가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더욱 확산되는 추세에 있어서 우리에게는 여름나기가 힘겹지만, 벼를 비롯한 작물에게는 더 없이 생장하기에 좋은 날씨입니다. 작물들이 여름에 잘 자라면 가을에 풍요롭게 수확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중 더운 날씨인 아프리카에서는 굶주리는 사람들이 무척 많습니다. 부족 간 분쟁 탓으로 죽은 사람들보다 굶어죽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하니, 식량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식량 위기 속에서 살고 있는 이유는 더운 날씨 덕분에 작물은 잘 자라지만 식물에 기생하는 전염병균도 창궐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씨감자 종자를 나누어 주거나, 풍토병에 강한 옥수수 종자를 개발해 주거나, 전염병으로 이미 사라진 종자를 새로 연구해서 주식이 될 만한 튼튼한 새 종자를 나누어 주어 식량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 준 한국인들이 있습니다. 

 

⒉ 또 한때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대장금’ 드라마에는 주인공 장금이의 궁중 나인 시절 이야기가 나옵니다. 궁중 음식 예절을 가르치던 스승 한상궁은 어린 장금이에게 물 한 그릇을 떠 오라 해도 배가 아프지는 않은지, 이마에 열은 없는지, 변은 보았는지 등등을 꼬치꼬치 묻고서야 적당한 물을 떠오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물도 그릇에 담기면 음식인 것을 네 어머니가 너를 잘도 가르쳤구나!” 이렇게 음식 예절의 절반은 정성임을 장금이는 어려서부터 터득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굶주리는 사람들에게나 목마른 사람에게나, 쌀이거나 옥수수이거나 하다못해 물 한 그릇이라도, 사람에게는 다 음식이며 음식인 이상은 사랑과 정성이 꼭 필요합니다. 

 

⒊ 오늘 제1독서와 복음에서도 엘리사와 예수님께서 먹을 것이 부족한 가운데에서도 얼마되지 않는 소량의 음식을 많은 이들에게 나누어 먹인 사건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먹는 음식이 소중하고 게다가 굶주리는 이들에게 정성껏 음식을 먹이는 일은 매우 아름다운 나눔인데, 당연히 하느님께서도 함께 하셔서 더 늘려주시고 배고픔을 해결함은 물론 사랑까지 느끼게 하신 일들입니다. 

 

⒋ 백성을 찾아오신 하느님께서는 그들이 며칠째 허기진 처지임을 아시고 빵의 기적을 일으켜 주셨습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원재료로 해서 장정의 수만 해도 오천 명이 넘었던 그 많은 군중을 배불리 먹이고도 열두 광주리가 남았습니다. 사람들의 배고픔에 대한 연민으로 기적을 일으키신 예수님이셨지만, 그분은 그저 빵을 많게 할 줄 아는 요술쟁이가 아니었으며, 육신의 허기만 채워줄 수 있는 예언자도 아니었고, 영혼의 생기를 돋구어 주시려는 하느님이셨기 때문에, 군중이 그저 빵을 많게 하는 기적의 능력이 탐나서 억지로 모셔다가 임금으로 삼으려 하자 이들을 피해서 산으로 물러가셨습니다. 

 

⒌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는 스스로 생명의 빵이 되시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래서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요한 6,27)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양식을 달라고 군중이 청하자, 드디어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에게 가장 중요하고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계시 진리를 밝히셨습니다. “내가 바로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빵이다. 나를 먹는 사람은 하느님의 힘으로 살 것이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요한 6,51).

 

⒍ 우리는 이 말씀을 하신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으로 성체성사를 세우신 역사적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성체성사는 예수님 자신을 우리에게 내어주시는 생명의 성사입니다. 성체는 우리를 하느님께로 이끌어 주는 영적인 양식이며, 성혈은 하느님의 사랑과 예수님의 정성이 배어 있는 거룩한 음식입니다. 

 

⒎ 이를 잘 알고 있는 사도 바오로가 에페소 교우들에게 권고하는 바는 성체성사에 참여하는 신자들이 일상에서 이룩해야 할, 작지만 거룩한 변화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받은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가십시오. 겸손과 온유를 다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서로 참아 주며, 성령께서 평화의 끈으로 이루어 주신 일치를 보존하도록 애쓰십시오”(에페 4,1-3).

 

⒏ 성체성사가 거행될 때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사랑과 정성으로 우리를 먹이시러 찾아오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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