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론] 지구, 인류와 모든 생명체 공동의 집

59

본문

"찬미받으소서, 주님!"

문명의 복음화를 향하여 ⓵

 

사도 1,1-11; 에페 1,17-23; 마태 28, 16-20 /
주님 승천 대축일; 2020.5.24.; 이기우 신부

⓵ 승천의식과 새 하늘 

오늘은 주님 승천 대축일입니다. 부활하시어 제자들에게 믿음을 생생하게 불러 일으켜 주시던 예수님께서 이제는 하느님의 자리로 되돌아가셨음을 묵상하는 큰 축일입니다. 그런데 승천하신 예수님께서는 아주 우리를 떠나가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분은 하늘로 올라가시던 그 모양으로 다시 오시겠다고 약속하셨고, 따라서 하늘만 쳐다보지 말고 그분이 이미 땅 위에 열어놓으신 하늘 길을 따라서 하늘을 살아가라고 당부하셨습니다. 그렇게 살다 보면 성령께서 강림하실 것이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땅에서 하늘을 사는 방식에 대해서는 한 주일 후 맞이할 성령강림 대축일에 묵상하게 될 메시지가 주어질 것인 바, 우리 안에 현존하실 예수님의 존재양식이 바로 성령이시고, 우리는 그분과 함께 그분의 이끄심을 따라서 하늘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이 당부는 이제 하느님께서 더 이상 구름 위 공간에 계시지 않고 사람들이 사는 곳에 계시겠다는 뜻이고, 우리가 하늘의 시민이 되어 세상을 새 하늘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뜻이요 또한 새 하늘을 이룩함으로서 거기서 함께 살아갈 모든 민족들에게 그 기쁨의 소식을 선포하라는 뜻이기 때문에 우리의 선교적인 승천 의식까지 요청하시는 말씀입니다. 

 

이렇게 하여 새 하늘을 이룩하는 일이 교회의 존재이유요 이는 복음을 선포하는 지상과제와 동일한 뜻이 되었습니다. 구름 위 공간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사시는 곳이야말로 하늘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주님 승천 대축일은 예수님께서 선포하셨던 하느님 나라에 대해서 새롭게 받아들이는 은총을 누리게 해 줍니다. 

 

⓶ ‘찬미받으소서’ 주간과 새 땅

승천하신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을 새 하늘로 바꾸어놓을 수 있는 길을 앞장서 가고 계시는데, 그 터전이 되어야 할 땅은 어떠합니까? 지구라는 땅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이고, 보시기에 좋았던 에덴동산이었는데 인류는 물질문명이 시작된 이래로 지금까지, 특히 산업혁명이 전 지구에 확산되면서 더욱 파괴하고 오염시켜 왔고 그 파괴력 추세는 점점 더 빠르고 크게 확산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치 인류의 첫 조상이 선과 악을 정하는 하느님이 되어 보겠다고 사탄의 유혹에 빠져서 하느님께서 금지하신 선악과를 따 먹던 창조 설화를 연상시키는 이 사태에 즈음하여 5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교회가 사회교리를 반포해 온 이래 처음으로 생태계와 환경에 대한 회칙을 반포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주제가 너무도 절박한 데  비해서 의식이 확산되는 속도와 실천하는 연대의 효과는 너무나 미미하기 때문에 올해는 그 회칙 반포 5주년을 맞이하여 그 메시지를 가톨릭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모든 지구인들에게 환기시키라고 특별행동주간을 지난 5월 16일부터 오늘 24일까지 지내도록 요청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이름도 ‘찬미받으소서 주간’이었습니다. 

 

⓷ 지금 함께 행동해야 한다

새 하늘이 새 땅 위에 이룩되어야 할 사랑의 문명이어야 한다면 새 땅은 하느님께서 본시 창조하신 질서 그대로 조화롭고 생태계의 균형이 바로잡힌 땅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땅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지구가 명실상부한 인류 ‘공동의’ 집이 되고 이 ‘공동의 집’이 파괴와 오염의 위기를 벗어나서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터전이 되고 더 나아가서는 새 하늘을 이룩할 만한 기초로까지 탈바꿈하자면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현 인류가 함께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고, 이 행동은 모든 일에 대해서 지구적으로 생각하는 안목을 지녀야 할 뿐 아니라 각자가 살고 있는 지역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이것이 새 하늘과 함께 새 땅을 이룩하기 위하여 나서야 할 문명 복음화의 길입니다. 

 

⓸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메시지

회칙 ‘찬미받으소서’는 가톨릭 신자뿐만 아니라 인종과 종교를 초월하여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생태 위기를 교육하고 행동하게 하는 지침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가톨릭교회에서는 지난 5년간 회칙을 통해 각 지역교회를 중심으로 교구와 수도회 및 평신도 단체들 안에서 생태 교육을 실시하고, 생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실천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구 온난화로 인한 지구 평균 기온은 더욱 높아졌으며, 수많은 동식물들이 멸종되고 있는가 하면, 가난한 이들의 고통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인류가 제한을 두지 않고 무제한 생산해 내고, 생산된 이 재화들을 무절제하게 마구 소비하며, 또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버려온 생활방식을 지금 확실하게 바꾸지 않는다면, 이번 세기말에는 더 많은 자연재해와 환경재앙이 인류에게 되돌아올 수 있습니다. 현재의 생태 위기는 각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공동체와 공동체의 연대를 통한 국제사회의 협력이 없으면 기후 위기는 극복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국제사회의 협력과 특히 각국 위정자들과 의회의 결단을 촉구하기 위해서 우리 교회와 가톨릭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나서서 이 위기를 잘 인식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솔선수범함으로써 시민들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⓹ 땅을 다스림은 착취나 수탈이 아니다

그래서 공동의 집을 위한 올바른 인식과 행동적인 기도가 필요합니다. 오늘 정오에 지구상의 모든 가톨릭 신자들이 함께 바치기로 되어 있는 공동 기도문은 영적으로 일치시켜줄 고리입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과 모든 피조물을 잘 돌보도록 위임하신 분은 창조주 하느님이십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우선 우리는 세상을 아름답게 조성해 주시고 그 안에서 귀하게 살아가도록 축복해주신 하느님을 찬미해야 합니다. 회칙의 제목이 그래서, ‘찬미받으소서, 주님!’입니다. 창세기에서 모든 피조물을 다스리라고 인간에게 위임하셨다는 말씀이 나오는데, 그동안 서양의 물질문명은 하느님의 뜻대로 세상 피조물들을 정성껏 돌보는 대신에, 아무런 계획도 없이 마구 착취하고 함부로 수탈해도 좋다는 식으로 대해 왔습니다. 그 결과가 오늘날 환경이 황폐해지고 나아가서는 인류의 생존마저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는 생태 위기를 초래하고 만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교황청 내사원에서는 지난 2008년에 환경 파괴 행위를 신칠죄종 가운데 으뜸가는 죄로 규정한 바 있고,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이를 상기시켰습니다. 그래서 전례로만 하느님을 찬미해야 하는 시절은 지났고, 전례와 함께 환경 보호와 생태 위기 극복 행동을 통해서도 하느님을 찬미해야 하는 시절이 도래했습니다. 우리가 피조물과 맺는 관계가 곧 창조주를 찬미하는지, 아니면 외면하는지를 결정짓게 된 것입니다. 

 

⓺ 지구는 공동의 집이다

이런 통찰을 통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환경과 생태에 대한 태도에서 창조주 하느님께 대한 찬미와 경배를 올려야 한다고 깨우쳐주는 한편, 지구는 인류가 함께 살아가도록 하느님께서 주신 공동의 집이라는 사실도 일깨워주었습니다. 여기서 ‘공동의’ 집이라는 의미는 지금 함께 살고 있는 현 인류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태어날 미래의 세대에게도 해당됩니다. 더군다나 우리가 실천하도록 명령받고 있는 이웃 사랑의 범위는 공동의 집인 지구의 환경과 생태계로까지 확장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교훈은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서 매우 잘 확인되고 있습니다. 인류는 서로 연대하고 협력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인간과 공존하고 있는 동식물에 대해서도 착취적이고 수탈적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이번 사태가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지구는 모든 민족들을 의미하는 인류 공동의 집이라는 뜻만이 아니라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가 공존해야 할 생존의 터전이라는 뜻도 됩니다. 

 

⓻ 생태 위기의 가장 큰 희생자는 가난한 이들이다

환경이 황폐해지고 생태적 위기가 도래하는 오늘날 모두가 똑같은 정도로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주거와 노동의 환경도 자본주의적 잣대로 정해지기 때문에 가난한 이들이 제일 열악한 환경에서 주거하고 노동합니다. 그래서 환경의 재앙이 닥치면 가장 먼저 취약한 환경에서 살고 일하는 가난한 이들이 피해를 입게 됩니다. 지진이 일어나거나 해일이 닥쳐도, 태풍이 불어오거나 홍수 혹은 가뭄이 닥쳐도 가장 먼저 가장 큰 희생을 당해야 하는 이들은 어느 나라에서나 가난하고 약한 이들입니다. 현재 대유행을 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지구의 울부짖음은 곧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으로 나타납니다. 

 

⓼ 문명의 복음화, 새 하늘과 새 땅

지난 한 주간 동안 묵상해 본 성모신심과 사도직이라는 미시적 주제는 거시적으로 하늘과 땅에 대해 시선을 돌리게 하는 이 주간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예수님께서 시작하신 새 인류가 살아나가야 하는 길에 있어서도 성모 마리아께서는 모범이 되시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죄에 물들지 말아야 한다는 무염시태 교리는 이제 개별 그리스도인들이 죄를 피하려는 소극적인 태도에 머물 것이 아니라, 갈수록 심각해지는 환경과 생태의 위기에 즈음하여 이미 땅과 물과 공기를 오염시키고 파괴시켜놓은 세상의 죄를 보속해야 한다는 적극적 행동양식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마리아께서 하느님의 계시에 순명하심으로써 생겨난 구세주의 모성 교리는 지구의 환경과 생태를 보존해야 한다는 하느님의 다스림 명령에도 적용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약 우리가 지금부터 지구의 환경과 생태를 보존하지 않으면 지구 온난화와 환경 재앙과 예측불가능한 전염병 발생 등으로 고스란히 심판받을 것입니다. 또한 성령의 이끄심에 평생 따르심으로 얻은 평생무죄성의 교리는 성모 마리아를 공경하는 그리스도인들 역시 지구 자원에 대한 탐욕과 동식물에 대한 적개심을 버리고 모두가 평화롭게 공존하라는 성령의 요청에도 순명하도록 이끌어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모몽소승천 교리는 공동의 집이 되어야 할 지구에 대한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며 연대적이고 창의적인 실천 행동 역시 하늘에 올림을 받으시고 천상 모후의 화관을 받으신 성모 마리아가 그러하셨듯이, 최상의 상급으로 심판받을 수 있는 애덕 구현의 사도직 활동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성모성심으로 실천하는 생태와 환경 사도직 활동은 새 하늘과 새 땅을 이룩하는 문명의 복음화 과업입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