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그대가 받은 하느님의 은사를 다시 불태우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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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그대가 받은 하느님의 은사를 다시 불태우십시오

 

하바 1,2-3; 2,2-4; 2티모 1,6-8.13-14; 루카 17,5-10

연중 제27주일; 2019.10.6.; 이기우 신부

1. 10월은 전교의 달입니다. 복음진리를 전하라는 선교 명령을 기억하고 교회를 먼저 복음화하면서 세상을 복음화해야 하는 사명을 되새기는 때입니다. 특히, 세상에서 버림받고 고통받는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여 복음을 전하며 그들을 소외시키고 고통스럽게 하고 있는 사회악을 식별하여 맞서고 이를 근원적으로 없애기 위한 공동선을 서로가 함께 실천하는 사명을 가일층 북돋우는 때입니다. 

2. 사회악을 식별해서 맞서는 일은 지혜가 필요합니다. 무릇 모든 악은 어둠과 같아서 빛이 비추어져야만 사라집니다. 악을 몰아낼 수 있는 빛은 선이요 특히 사회악은 공동선으로써만 없앨 수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하바꾹 예언자가 억압과 폭력, 시비와 싸움 속에서 하느님께 부르짖자 응답받았던 계시처럼, 뻔뻔스러운 악인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성실한 의인들이 꿋꿋하게 버티어주고 있어야 비로소 세상이 살만하게 나아지는 겁니다. 

3. 하바꾹이 예언서를 썼지만, 바빌론에서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다음에도 그렇게 강대국 세력에게 지배당하는 상황은 지속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수직 폭력을 구조적으로 당하던 이스라엘은 그러한 구조적 폭력을 미워하면서도 닮아가서 자기들 안에서 조금이라도 힘센 자들이 더 약한 이들을 괴롭히는 수평 폭력을 저지르며 살아갔습니다. 이때 등장한 예언자가 요한이었습니다. 요한은 회개하라고 외쳤고, 사람들은 마음이 찔려서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갈릴래아에 계시던 예수님까지도 요르단 강으로 오셔서 요한의 세례를 받으신 걸 보면, 예루살렘 인근은 물론 그 바깥에서도 뜻있는 이들의 호응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4. 예수님께서 보시기에 요한의 비관적 시국관은 옳았습니다. 이스라엘은 파국을 맞이하고 있었고 사람들이 회개하지 않으면 또 다시 멸망할 지경으로 망가지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서기 70 년경에 로마제국에 저항하여 일어난 두 차례의 독립전쟁에서 패하는 바람에 멸망당하여 1948년에 이스라엘 공화국이 세워지기까지 무려 2천 년 동안이나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며 나라 잃은 설움을 톡톡히 맛보아야 했습니다. 이런 전망을 예수님께서도 일찌감치 하고 계셨기에 제자들을 뽑으셨고 그들을 사도로 양성하셨습니다. 

5. 따라서 사도들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믿음과 성실성이었습니다. 믿음으로는 겨자씨 한 알처럼 작아도 알찬 믿음이어야 했고, 성실성으로 말하면 주인의 시중을 드는 종처럼 하느님의 뜻을 받들 줄 아는 성실함이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흩어져서 믿음을 잃어버릴 뻔한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믿음을 북돋아주셨고 하느님의 뜻에 순종할 줄 아는 성실함의 은사를 내려주셨습니다. 멋모르고 박해자로 나서서 설치고 있었던 사울도 돌려세워 같은 은사를 허락하셨습니다. 

6. 이 하느님의 은사를 받아 소아시아 일대와 그리스까지 선교하며 바리사이 끄나풀들의 방해 속에서도 많은 공동체들을 세운 바오로가 말년에 얻은 제자 티모테오에게 자기가 받았던 하느님의 은사를 정성을 다해서 전해주었습니다. 얼마나 정성을 다해 은사를 전해주었는지 그 언사가 이렇습니다. “사랑하는 그대여, 내 안수로 그대가 받은 하느님의 은사를 다시 불태우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힘과 사랑과 절제의 영을 주셨습니다.” 

7. 사회악에 물든 죄악을 회개하라고 외쳤던 요한의 열정으로도 이스라엘을 구하지 못했고, 하느님 나라에로 초대하신 예수님의 복음선포에도 이스라엘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기 때문에 그예 망하고 말았지만, 그래서 자구책으로 부르신 열두 제자는 사도가 되어 교회를 세웠습니다. 그래서 교회의 사도직에는 죄악을 회개하라고 외친 요한의 카리스마와 서로 사랑하라고 선포하신 예수님께서 내리신 하느님의 은사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선이 악을 몰아낼 수 있기 때문에 회개를 위한 카리스마보다 선을 위한 은사가 더 귀합니다. 

8. 이런 눈으로 우리의 현실을 둘러보겠습니다. 지난 여름부터 지금까지 정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조국 사태’는 ‘검찰개혁 사태’로 진화되고 있습니다. 경찰과 함께 검찰은 이 나라 국민들의 공동선을 위해 세워진 정부 안에서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자들을 징벌하라고 세워진 조직입니다. 그런데 독재자가 시키는 대로 국민을 괴롭히거나 또는 권한을 악용하거나 남용하는 바람에 이 나라의 법 질서가 심히 어지러워졌습니다. 그래서 국정을 농단한 전 대통령을 탄핵하고 지금의 새 대통령을 선출한 국민은 이제 작금의 사태를 주도했던 검사들을 원래의 자리로 돌려보낼 책임과 권력이 있습니다. 그것이 검찰개혁입니다. 

9.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행사하던 무소불위의 망나니짓을 더 이상 하지 못하도록 수사권을 경찰에 나누어주어야 하고, 경찰은 지방자치시대에 걸맞게 각 시도별 자치경찰로 민생치안을 위해 거듭 나야 합니다. 또 검찰이 독점하던 기소권은 공직자비리수사처와 나누어 서로 견제하는 가운데 행사하도록 하며, 기소권의 남용을 막고 전관예우의 폐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검사가 사직한 후에는 법률이 정하는 시한까지 변호사 개업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또 억울한 사람을 죄인으로 모는 권한 남용죄를 저지르면 공수처에서 수사를 해서 엄벌해야 합니다. 

10. 이러한 검찰개혁 방안을 지금의 검찰에게 맡기는 것은 어리석은 판단입니다. 헌법 정신에 따라 국민의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할 검찰개혁은 법무부에서 해야 할 일이고, 검찰은 검찰권의 강압적인 행사방식, 수사 관행, 조직 문화를 개선하면 됩니다. 또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사법개혁방안은 여당이 책임지고 통과시키면 됩니다. 

11. 우리 사회의 사회악을 없애기 위해서 또 하나 필요한 일이 언론을 개혁하는 일입니다. 가짜뉴스로 국민의 눈과 귀를 흐리게 하고 때로는 악의적인 오보로 사태를 망치는 못된 버릇을 고쳐놓아야 합니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에서는 단 하나라도 가짜뉴스를 생산해내는 기자와 언론사에게는 어마어마한 거액의 징벌금을 부과해서 거짓을 보도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진실 보도라는 언론의 상식적 윤리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야 보도하는 관행을 이 기회에 정착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받는 국민이라도 대법원까지 가서 재판으로 유죄가 확정되기까지는 무죄로 추정받는 기본 인권을 언론과 검찰이 준수하도록 법적 책임과 벌금으로 강제해야 마땅합니다. 

12. 하지만 어둠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는 빛을 비추어야 하듯이, 이러한 고질적 사회악으로 자라난 검찰비리와 언론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도 공동선 의식이 살아있어야 합니다. 국민이 주권자라는 주인의식, 검찰이든 언론이든 공동선을 위배하면 뭉쳐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표명하는 자유와 용기가 당연히 필요합니다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공동선의 목표는 정의 구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평화와 번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공동선 실천에 앞장서야 할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우리 사회 내부에서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그들의 경제적 지위 향상에 관심을 갖는 한편으로, 남북 간의 평화와 교류 확대를 정부에 요구하고 또 기회가 되는 대로 실천하는 용기와 희생이 필요합니다. 

13. 여러분이 관심을 가지고 기도하며 실천해야 할 세 가지 중요한 현안이 있습니다. 첫째, 오는 11월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본 교회를 방문한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김정은 위원장이 작년 가을에 교황의 평양 방문을 초청했고 이를 문재인 대통령이 로마에까지 가서 전해 드렸는데 그에 대한 후속 보도가 없이 한 해가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러다가는 모처럼 일본에까지 오시는 현 교황이 한국 땅을 밟지도 않고 가지나 않을까 염려됩니다. 최근에 발족한 Pax Christi Korea에서는 일본 방문 전후에 교황이 판문점을 방문해서 남북한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도록 청원하자는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서명 운동에 동참해 주십시오. 둘째, 북한에 대한 체제위협과 핵무기 개발, 다시 경제제재와 대륙간 탄도탄 개발 등으로 줄다리기를 해 온 북한과 미국이 대화를 하도록 어렵사리 문재인 대통령이 노력했는데, 그동안 교착상태에 빠져있다가 연말 안에 다시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 회담의 성사를 위해서도 기도해 주십시오. 셋째,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 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고 제안을 했는데 다시 이 지대가 안전해지면 국제적 경제특구로 발전시키자는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이 제안이 실현되도록 응원해 주십시오. 이 세 가지가 모두 잘 실현되면, 지난 백 년간 역사의 그늘로 남아있었던 한반도가 바야흐로 역사의 양지로, 동북아시아 평화와 번영의 주역으로 나설 기회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악의 어둠을 몰아내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은 선의 빛을 비추는 일입니다. 우리가 받은 하느님의 은사를 불태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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