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불의한 집사, 슬기로워야 할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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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불의한 집사, 슬기로워야 할 교회

 

아모 8,4-7; 1티모 2,1-8; 루카 16,1-13

연중 제25주일; 2019.9.22.; 이기우 신부

1.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불의한 집사의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이 비유는 정의를 구현하고 평화를 실현함으로써 공동선을 관리해야 할 교회의 예언자 직분을 일깨워주신 말씀입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집사이기 때문입니다. 사회 현실에서 공동선을 관리하라고 위임받은 집사는 흔히 정치권력인데, 이 집사가 정의를 훼손하고 평화를 가로막으면 공동선을 침해하는 불의한 집사가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이 집사를 고용한 주인은 주권자인 국민인데 국민이 불의를 저지른 책임을 물어 정치권력인 집사를 해고할 수도 있고, 주인마저 감독의 책임을 소홀히 하면 교회는 하느님의 집사로서 주인과 집사를 아울러 책망하고 고발하여 바로잡을 역사적 소명이 있습니다. 

2. 이미 2천 5백여 년 전에 북 이스라엘 왕국에서 아모스 예언자가 그러한 역할을 수행한 바 있습니다. 아모스는 당시에 벌어진 부정부패의 실상을 신랄하게 고발하였습니다. “빈곤한 이를 짓밟고 가난한 이를 망하게 하는” 권력층의 소행은 우상숭배와도 같아서 하느님의 진노를 살 것이라고 경고한 것입니다. 공동선을 훼손하는 일이 왜 우상숭배와 같은가 하면 하느님은 최고선이시고 이는 공동선으로 나타나서 사람들의 행복과 구원에 기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하느님의 관심사는 종교적 사정에만 국한될 수 없습니다. 결국 공동선을 무너뜨리고 최고선까지도 훼손했던 북 이스라엘 왕국은 앗시리아 제국에 의해 멸망당하고 말았습니다. 

3. 하느님의 뜻과 이를 대변하는 예언자의 경고를 무시한 역사는 멸망 이후에도 지속되었습니다. 북 이스라엘 왕국이 멸망당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남 유다 왕국도 비슷한 죄악을 범하여 바빌론에 노예로 끌려가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그리고 70년이 흘러 유배에서는 풀려났지만, 고향에 돌아온 이스라엘의 지도자들과 백성이 이룩한 사회 현실은 그다지 개선되지 못하고 더욱 광범위하에 퍼졌다는 역사적 사실이 오늘 복음에 소개된 비유 이야기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왕을 비롯한 소수 특권층이 저지르던 죄악이 널리 퍼져서 빈부격차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로마제국이 식민통치로 억압하며 과중한 세금을 걷어가는 동안에 사두가이들은 성전세로 백성을 착취하고 바리사이들은 부재지주로서 백성을 착취하고 있었기 때문에 세리와 사두가이와 바리사이들은 부자 행세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부자는 이들 세 계층을 통칭하는데, 그가 모은 재산은 불의한 착취의 결과였음을 전제해야 이 비유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4. 우선, 이 비유가 의미하는 바를 전반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악덕 스캔들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집사는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라고 고용되었는데, 주인의 재산을 자기 이익을 위해 유용함으로써 관리 책임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해고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집사는 자기가 지은 공금유용죄를 반성하기는커녕 해고당한 뒤에 자신을 받아줄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약은 꾀를 내었습니다. 그 주인에 그 집사라고, 돈 밖에 모르는 주인에게서 배운 버릇이 그런 얕은 수작밖에는 없었으므로 그 집사는 주인에게 빚을 진 사람들을 불러서는 주인의 허락도 없이 자기 마음대로 그 빚을 깎아 주었습니다. 배임죄였습니다. 하지만 그 집사가 제멋대로 빚쟁이들이 진 빚을 깎아주었다 해도 그 주인은 더 불의한 죄악으로 긁어 모은 재산이 엄청나게 많았기 때문에 별 큰 문제가 아니었을 겁니다. 워낙 부당하게 착취하여 재산을 모은 주인은 그 집사의 배임죄 덕에 빚쟁이들의 인심을 얻어 그 높았던 악명을 조금이라도 덜 받게 되자 장기적으로 부자 행세를 더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되려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5. 세상의 죄인들이 크고 작은 이익을 지키느라고 서로 약은 꾀를 내어 처신하는 모양새를 두고 예수님께서는 반어법으로 제자들을 나무라셨습니다. 속물들도 자기가 이익을 더 얻기 위해서는 기상천외한 꾀를 내어서라도 큰 악을 작은 선으로 가리는 약은 처신을 하는데, 하느님 나라의 관리를 맡은 집사들에 해당하는 제자들은 머리를 쓰지도 않고 영 굼뜨고 아둔한 처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답답해지신 예수님께서 굳이 동원하신 이야기 소재였습니다. 

6. 이제 그 비유 이야기의 내용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비유에 등장하는 집사는 주인의 재산을 유용함으로써 배임 행위를 저질렀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 집사를 주인이 해고하려던 처사는 정당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해고 통보를 받은 집사는 자신이 저지른 배임죄를 반성하기는커녕 해고된 후에 자신을 받아줄 사람을 마련해 보려는 요량으로 주인의 재산으로 인심을 썼습니다. 빚 문서를 위조하는 사문서 위조죄까지 저지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 말씀하시는 수치를 어림잡아 환산해 보면 그 집사가 저지른 위법행위의 정도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7. 첫 빚쟁이에게는 기름 백 항아리를 쉰 항아리로 깎아주었는데, 여기서 기름 백 항아리는 올리브 140그루 열매에서 생산되는 올리브 기름 36ℓ에 해당합니다. 이는 노동자가 5백 일에서 6백 일을 일해야 벌 수 있는 일당, 그러니까 거의 2년치 임금에 해당하는 큰 돈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집사는 제멋대로 그 빚을 절반으로 깎아주어 버렸습니다. 두 번째 빚쟁이가 진 빚 ‘밀 백 섬’도 20%나 줄여주었습니다. 

8. 이렇게 공금유용에다가 배임 그리고 사문서 위조 등의 죄를 저지른 집사를 주인이 칭찬했다는 것은 첫째, 그 집사가 끼친 손해가 주인의 전 재산에 비하면 그다지 크지 않은 규모였을 것이라는 점, 둘째 그 집사가 저지른 월권행위로 인심을 얻었을 만큼 그 주인은 집사보다 더한 악독한 평판을 얻고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짐작케 합니다. 주인이 워낙 지독한 수전노이다보니 집사가 저지른 배임행위조차도 빚쟁이들 당사자는 물론 그 주인을 잘 아는 사람들도 통쾌하게 생각하게 되자 주인도 마지못해 그 집사를 칭찬하게 되었던 것이고, 결과적으로 그 주인은 그동안의 지독한 악명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불의하고 부당한 사회 현실을 소재로 하되 그 의미를 하느님께로 향하도록 역전시키셨습니다. 그래서 그 ‘불의한’ 집사가 ‘약은’ 집사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세속적인 속물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 약은 꾀로 처신하는 것보다, 빛의 자녀들인 하느님의 집사가 더 영리하게 처신하기를 바라시는 마음에서 하신 말씀인 것입니다. 

9. 이러한 예수님의 뜻은 사도들에 의해서 계승되었습니다. 비록 그분은 그 당시의 부자들의 모함에 의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지만, 부활하시어 사도들에게 나타나신 그분이 하느님의 집사로서 슬기롭게 처신하도록 확신을 심어주셨기 때문에 이스라엘을 벗어나 복음이 전해지는 곳곳에서 실현되었습니다. 소아시아와 그리스 등지로 선교하던 바오로 사도와 그 제자인 디모테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는 티모테오에게 정치인들을 위해 기도하라고 권고합니다. 그들은 공동선을 지키라고 권한을 위임받은 백성의 집사들이기 때문입니다. 공동선이 위태로워지면 믿는 이들이 섬기는 하느님의 뜻인 최고선도 위태로워지기 때문에, 신심 깊고 품위 있게, 평온하고 조용한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서도 공동선의 관리 상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10. 오늘 미사에서 들려오는 하느님 말씀에 따라서 최근 우리 사회의 현실을 조명해 봄으로써 시대의 징표를 식별하자면 이렇습니다. 검찰은 주권자인 국민이 국민의 공동선을 침해하는 죄와 죄인을 다스리라고 위임한 국민의 칼이고, 언론은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 공동선의 현실에 대해 보고 들은 바를 말하라고 위임한 국민의 입인데, 이 국민의 칼과 입이 제 역할을 하지 않고 국민의 심기를 심하게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법무장관이 지명되고 나서는 언론이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의혹 보도로 가짜뉴스를 광적으로 퍼뜨리더니, 임명되고 나서는 검찰이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감독권자인 법무장관에 정면으로 대항하여 수사권과 기소권을 남발하는 쿠데타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재판을 받기 전에는 누구나 무죄로 추정되어야 한다는 헌법상의 원칙을 어기고 피의사실을 언론에게 교묘하게 흘려서 여론재판을 일삼는 죄악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인격살인과 거짓말을 일삼는 이 죄악은 십계명의 제5계와 제8계를 거스르는 죄입니다. 

11. 정치검찰의 이 소동은 자신들을 견제할 수 있는 기관인 고위공직자수사처의 설립을 무산시키는 한편 기소권을 독점하고 제멋대로 기소하거나 기소를 면제함으로써 그동안 누려온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수작임을 국민 모두가 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정을 농단한 전직 대통령도 탄핵시킨 국민으로서는 지금과 같은 검찰의 월권행위를 언제까지나 지켜볼 수 없습니다. 이들이 정의를 짓밟도록 내버려두면 종내는 한반도 평화의 길까지 가로막을 것이기 때문에, 아모스 예언자의 경고를 정치검찰에게 보내야 합니다. 하느님의 집사인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침묵하면 암묵적인 지지로 알아들을 것이기 때문에, 국민 여론도 일으켜야 하고 정치검찰에게 항의도 함으로써 슬기롭게 처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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